병원 복도의 형광등이 깜빡이며 희미한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이준호는 천천히 눈을 떴다. 머릿속이 먹구름처럼 무겁고 흐릿했지만, 몸은 이상할 정도로 가벼웠다. 교통사고였다고 했다. 트럭과 정면충돌.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다고.
"준호야!" 어머니가 달려와 그의 손을 잡았다. 하지만 그녀의 눈빛에는 따뜻함 대신 공허함이 서려 있었다. 마치 낯선 사람을 보듯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괜찮니? 누구세요?"
심장이 쿵 떨어지는 듯했다. "엄마, 나야. 준호."
"죄송하지만... 저희 아들 이름이 준호긴 하지만..." 어머니는 당황스러워하며 뒷걸음질 쳤다. "당신은 누구세요?"
병실을 찾아온 친구들, 동료들, 모든 이들이 같은 반응을 보였다.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아니, 정확히는 기억하지 못했다. 마치 그가 투명인간이 된 것처럼.
저녁 무렵, 창가에서 황혼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낯선 여자가 병실에 들어왔다. 30대 초반쯤 되어 보이는 그녀는 검은 코트를 입고 있었고, 얼굴에는 슬픔과 동정이 뒤섞인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준호씨 맞죠?" 그녀의 목소리는 차분하면서도 서늘했다.
"당신은... 누구세요? 저를 아세요?" 준호의 목소리는 간절함으로 떨렸다.
여자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아요. 하지만..." 그녀는 잠시 망설이더니 입을 열었다. "이준호씨, 당신은 6개월 전에 이미 죽었어요."
순간 세상이 멈춘 듯했다. 창밖의 석양이 핏빛으로 물들어 보였고, 병실의 공기는 얼음처럼 차가워졌다. 준호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 분명 따뜻하고 살아있는 손인데, 왜 갑자기 이렇게 차갑게 느껴지는 걸까.
"그게... 무슨 뜻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