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년에 한 번 뜨는 붉은 달이 감옥 창살 사이로 스며들어 차가운 돌바닥을 핏빛으로 물들였다. 철창 너머로 들려오는 발걸음 소리가 점점 가까워질 때마다, 마법사 엘리아스의 가슴은 더욱 무겁게 가라앉았다. 손목의 마법 봉인구가 살갗을 파고들며 욱신거렸지만, 그보다 더 아픈 것은 마음속 깊이 자리한 후회였다.
"시간이다."
낮고 단단한 목소리가 어둠을 갈랐다. 왕실 기사단의 검은 갑주를 입은 케인이 문 앞에 서 있었다. 투구 아래 드러난 얼굴은 평소처럼 냉정했지만, 그의 눈동자 깊숙한 곳에서 엘리아스는 미세한 흔들림을 포착했다.
"오랜만이군, 케인." 엘리아스의 목소리는 쉬어있었다. "마지막이 되겠지만."
케인은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열쇠로 철문을 열며 한 걸음 들어섰을 뿐이다. 그러나 엘리아스를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복잡했다. 한때 왕립 마법 아카데미에서 함께 수학했던 동료, 서로의 재능을 인정하며 경쟁했던 라이벌이었던 남자가 이제 자신의 목을 베러 온 것이다.
"왜 그랬나?" 케인의 질문이 조용히 흘러나왔다. "금지된 네크로맨시를... 넌 그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엘리아스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에는 악의나 분노가 아닌, 깊고 절망적인 슬픔만이 고여 있었다. "내 딸을... 내 작은 루나를 되살리고 싶었다. 단 하루만이라도, 아빠에게 미안하다고,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도록."
케인의 손이 검자루에서 미세하게 떨렸다. 그도 알고 있었다. 엘리아스의 딸이 전염병으로 세상을 떠났을 때, 친구였던 자신조차 위로의 말을 건네지 못했던 그 절망적인 순간을.
붉은 달빛이 더욱 짙어졌다. 왕의 명령은 절대적이었고, 기사의 의무는 명확했다. 하지만 케인의 마음속에서는 또 다른 목소리가 속삭이고 있었다. 진정한 악은 무엇인가? 법을 어긴 절망한 아버지인가, 아니면 그를 이해하려 하지 않는 차가운 정의인가?